납 (Pb) 원자번호 82번

납(Pb), 이 원소는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해왔지만… 알고 보면 조용한 살인자일지도 모릅니다. 고대 로마인들은 납을 사랑했고, 현대 산업은 납에 의존해왔지만—지금은 건강을 좀먹는 독성 물질로 낙인찍혔죠. 어떻게 이렇게 극단적인 평가가 공존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역사의 명암’을 지닌 금속, 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납이란?
납은 원자번호 82번, 원자기호 Pb를 가진 무거운 금속입니다.
이 기호 ‘Pb’는 라틴어 Plumbum에서 왔는데, 고대 로마에서 납을 ‘수로관, 배관’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그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겁니다. 영어 단어 plumber(배관공)도 여기서 유래했죠.

납은 회색빛이 도는 부드러운 금속으로, 녹는점이 낮고 연성이 뛰어나며 산화에 강해 가공이 쉬운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용도로 활용돼 왔습니다.

■ 어디에 쓰일까?
과거에는 납이 정말 ‘만능 금속’이었습니다.
페인트, 배관, 연료, 장난감, 화장품, 식기류까지!
하지만 그 대가를 우리는 아주 혹독하게 치렀습니다.
납중독(Lead poisoning) 때문이죠.

현재는 많은 나라에서 납 사용이 강하게 규제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동차 배터리, 방사선 차폐재, 총알, 반도체 산업, 납유리, 전기절연체 등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모르는 곳에서도 여전히 납은 숨어 있습니다.
바로 노후 주택의 낡은 수도관, 오래된 페인트, 일부 수입품에서죠.

■ 납중독 – 무서운 진실
납의 진짜 얼굴은 ‘신경독성 금속’입니다.
한 번 체내에 들어오면 배출이 거의 안 되며, 뼈나 장기에 축적되어 오랜 시간 동안 몸을 망가뜨립니다.

특히 어린이에게 매우 치명적입니다.
성장기 아동이 납에 노출되면 지능 저하, 학습 장애, 행동 이상, 언어발달 지연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성인도 빈혈, 고혈압, 신장 손상, 생식 능력 저하,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납중독은 초기에 거의 증상이 없다는 것.
그렇기에 더 위험합니다.
조용히 침투해 서서히 몸을 파괴하는, 진짜 ‘침묵의 살인자’입니다.

■ 역사 속의 어두운 그림자
놀랍게도, 고대 로마 제국의 몰락 원인 중 하나로 납중독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로마 귀족들은 납으로 만든 수도관을 사용하고, 심지어 납으로 달콤한 ‘납당(Lead sugar)’을 만들어 와인을 달게 했다고 하죠.
당시의 로마 상류층은 무기력해지고, 불임이 급증했으며, 전쟁에서도 무기력해졌다는 기록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게 사실이든 아니든, 납이 인류 문명에 미친 그림자는 절대 작지 않습니다.

■ 이제는 경계해야 할 존재
현대에 와서는 납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져 ‘무연 휘발유’, ‘무연 페인트’ 등이 일상화되었고, 각종 산업에서도 납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저개발국, 불법 수입품, 재활용 공장 등에서는 납 중독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화장품, 도자기, 장난감 등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 성분이 검출돼 큰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 마무리 – 인간과 함께한 오래된 금속, 그러나…
납은 인류의 문명을 이끈 ‘필수 금속’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문명을 병들게 한 ‘독성 금속’이기도 하죠.

이제 우리는 납을 그냥 금속으로만 봐선 안 됩니다.
이득을 취하되, 반드시 지식과 규제, 감시를 바탕으로 접근해야만 하는 이중성을 지닌 원소입니다.

겉보기엔 그저 무른 금속 한 조각.
하지만 당신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는 무서운 그림자가 숨어 있는 납.
우리가 반드시 알고, 조심해야 할 금속입니다.